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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글] 이제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작성일 :  2021-05-04 12:43 이름 : 지와감 심리상담센터

 

​이제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J *

 


30대 중반까지 결혼 생각이 없었다. 내 일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것을 견디는 것도 힘들었기에 결혼생각은 할 수도 없었고, 외로울 때도 그저 소주 한잔과 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30대 중반이 지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먼저 결혼얘기를 꺼냈다. 그녀도 결혼으로 얽매이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우리 두 사람은 같이 사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아 결혼을 했다. 나는 40세가 다 되어서 결혼을 했다.

 

아내는 아기를 빨리 갖기를 원했지만, 나는 ‘벌써 아기를?’ 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 말은 하지 않았다. 아내는 자신의 나이 때문에 임신이 안 될 것을 두려워했는데, 그녀의 바램대로 임신을 했다. 지인이나 가족들의 축하전화와 선물에 그녀는 아주 행복해했고, 나도 같이 행복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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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나는 그렇게 기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 “내가 부모가 된다구?” 하는 어색한 마음이었는데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다. 그녀와 나는 정신없이 아기 100일을 맞게 되었는데, 나는 회사일에 집중할 때보다 더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아기가 그렇게 예쁜지도 모르겠고, 아기를 키우고 보는 것은 왜 그렇게 힘든지, 나는 점점 자꾸 회사일을 구실로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내는 불만이 높아졌고, 나는 먹고 살려면 죽기 살기로 일을 해야 한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는 눈치가 백단인지, 아들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바빠서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기에게 정을 느끼지 못하고 어렵고 좀 부담스러웠다. 아들을 보면 기쁨이나 웃음이 흘러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면 대면했다. 점점 아기를 볼수록 답답해졌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을 그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더 밖으로만 돌았다. 아내는 더 이상 못 살겠다는 말이 나왔다. 부부위기가 크게 닥쳤다. 동료가 지와감심리상담센터를 소개해주어서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자에게 상담을 빨리 끝내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 심정을 현재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좋다고 하셔서, 두 번째 상담부터 나는 아들이 부담스럽고 어색하고 그렇게 정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꺼냈다. 아빠가 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빠가 된 이 마당에 그것을 아내에게 말을 할 수도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았다. 아내는 아들을 너무 좋아했기에 내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이 왜 이렇게 어색하고 부담스럽고 좀 싫은지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하고 얘기하였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나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좁혀졌다. 나의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회상해보니, 성실하시고 책임감이 강한 아버지가 떠올랐다. 나는 "저희 아버지는 당신 일도 열심히 하시고, 아버지로서 해줘야 할 것은 다 해주시는 편이었어요"라고 말을 했더니, 상담자는 “아버지가 아들 사이가 어땠는지요? 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그냥 부자지간이죠“라고 하니, 상담자는 다시 ”좋아하는지, 좋아했는지요?" 라고 되물었다. 내 입에서 ”그런 것은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답을 해놓고 나니, 나도 좀 이상했다.

 

 

상담 초반에는 아버지에게 별 느낌이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아버지에게 차가움을 느끼고 있다. 삭막함도 느낀다. 아버지에게 다가가면 뿌리쳤던 손 동작도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내게 별 관심도 없었고, 인정해주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누나에겐 아버지가 이런 저런 간섭도 하셨다. 누나는 그것이 싫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부러울 때도 있었다. 엄마에게 아버지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니, 아버지는 원래 말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이해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내 마음에서 저만치 제껴 두었다.

 

이제 내가 아빠가 되었다. 그런데 아빠가 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나의 아버지처럼 나도 나의 아들을 저만치 두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이대로 쭉 간다면, 우리 아버지 못지 않은 무시하고도 나쁜 아빠가 될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 둘수는 없었다.

 

상담에서 나와 아버지 사이에서 겪었던 일들을 털어내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어느 날 저녁 아들을 외면하지 않고 쭉 지켜보았더니, 아들은 나를 보면서 열심히 기어오고 있었다. 순간 번쩍 안아주니 아들은 까르르 웃었다. 나도 같이 웃을 수 있었다. 아주 어색했지만 싫지 않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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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표지: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다산출판>

 

             

 

과연 앞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아들을 웃으면서 안아줄 수 있을까? 아들이 나를 아주 많이 기다리고 원한다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상담자가  "아버지가 당신을 좀 더 좋아해주고 인정해주기를 많이 바라고 있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있었네요"라고 말을 하셨던 것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내가 정말 그랬던 것 같다고 받아들이니, 아버지에게 너무나도 차가워진 내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제 조금씩 아들과 친해지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있다. 하지만 자꾸 그냥 거리를 두는 내 행동이 앞선다.  상담을 더 해보면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도 해보고, 현재의 아버지와 나의 관계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봐야겠다.  

 

공유하는 글이라고 하니, 계속 문장을 다듬었다. 단어도 고르고, 순화해서 쓰다보니, 이게 내 마음인가 싶어서 좀 더 다른 표현을 쓰면서 고쳤다. 그러다보니 좀 더 내 마음이 선명하게 정리되었다. 마음을 중간 중간 써보는게 좋다고 하고, 글을 하나 완성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던 상담자의 제안이 이해가 된다. 특히 답신까지 주신 상담자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 글은 지와감심리상담센터의 상담칼럼 공모 행사에 참여한 글입니다.

내담자 J 0 * 님의 동의를 받아 게시하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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