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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글] 우울증을 넘어섰고, 이제는 더 잘 사는 법을 궁리중이다
작성일 :  2021-04-19 08:19 이름 : 지와감 심리상담센터

 

우울증을 넘어섰고,  이제는 더 잘 사는 법을 궁리중이다  

글쓴이 : K 순 * 

  


 

 

지인과 속을 터놓고 얘기할 일이 있으면 상담을 받고 있다는 얘기와 상담이 좋다는 얘기를 한다. 상담 전과 후는 정말 많이 다르다. 상담을 권유하면서 드는 비유가 있다. 문제가 있을 때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은 사각의 방에서 한 쪽 구석만 파고드는 것과 같다. 상담을 하면 내가 한쪽 구석만 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른 쪽 구석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고. 방향을 바꿔 주변을 둘러보고, 그 사각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이다. 전문가만이 도와 줄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말이다.

 

상담을 통해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내가 가리고 싶었던, 가렸다고 생각했던 모습이었다. 심리 관련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어서 나는 내가 나를 안다고 생각했다. 거기엔 내 모습이 있었으니까. 내가 왜 힘든지 나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만 잠시 진정될 뿐 나는 같은 문제로 고통 받았고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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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부모님이 이혼했고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그는 이기적이고 부도덕하고 무책임했다. 나는 그가 은행에서 진 빚을 갚았으나, 나의 신용으로 대출을 자꾸 하려고 해서 도망치듯 절연했다. 그러자 나는 언니를 부양해야만 하는 형편이 되었다.  언니는 10대 때부터 마음을 못잡아서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자립하지 못했고 결국 마음의 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했다. 아버지는 그 모든 것을 외면하고, 언니를 내쳐버렸고, 어머니도 내게 의존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아버지와 절연한 채로 10여 년간 언니의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졌는데도, 언니의 상태는 악화되었고, 나는 절규하고 괴로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연인과 갈등이 생기고 헤어지는 일까지 겹치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눈 뜨는 게 너무 두렵고 자주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었기도 했었다. 정신과 약을 먹다가 약을 먹는 것만으로는 안 돼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상담이 내게 도움이 될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상담료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고, 50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며 울다 보면 상담이 끝났다. 보따리를 펼쳤는데 아무 것도 없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어떤 날은 질문에 답하는 게 너무 괴로워서 상담 시작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그런데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얘기를 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을 받으면서 내가 공고히 쌓아왔던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버티고 있었고,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늘 무리하여 애쓰고 일하면서 인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나의 욕구와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걸 누르며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열심이었다. 나의 시간, 나의 돈, 나의 노력은 내 것이 아니었고 그게 당연했다. 내가 쌓아왔던 나의 세계는 나를 고립시키고 있었다.

 

상담을 통해 그 세계가 무너지자 넓고 탁 트인 벌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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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더 자유로워졌고 가벼워졌다. 상담을 시작하고 3~4개월이 지났을 때 마음에 힘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일터에서 반복되어 생기는 일이 예전만큼 괴롭지 않았다. 그리고 늪 같은 가족 문제와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상담할 때 받은 질문들은 내가 나를 바로 보게 만들었고 내가 겪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주었다. 때론 질문에 답하는 일이 괴롭다. 내가 회피하고 싶은 부분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자의 도전적 질문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고, 상담 후에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내 얘기들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과 의견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지인의 격려와 조언은 지인의 입장과 나와 지인의 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내가 위로받고 싶어 얘기했는데 되려 지인의 경험담을 들어주느라 힘을 빼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 힘든 일을 얘기하고 난 후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들이 충분히 다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비용을 지불하는 전문가와의 상담은 오롯이 나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그 문제의 해결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상담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담을 한다고 해서 내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상담은 결국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데, 상담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모른다. 습관처럼 생각의 방향도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갖게 된 생각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 그런데 상담은 나에 대해, 내가 겪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하고 내가 원하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게 한다.

 

한 동안 상담을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201*년에 상담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우울증도 훌쩍 넘어선지 꽤 되었으니, 요즘은 한달에 한 두번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죽을 것 같아서 시작한 상담이 이제는 잘 살기 위한 상담으로 바뀌고 있다. 상담은 내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여전히 문제는 있고, 여전히 괴롭다.  그러나 지금은 이 괴로움이 지나갈 거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상담을 하면서 드는 후회는 딱 한 가지, 좀 더 일찍 상담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다.

 

처음부터 상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상담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만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출근했고, 일을 잘했으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곪아들어가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잘 내지 않았다. 아니, 내지 못했다. 나는 나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내가 겪는 문제들은 책임감과 나의 희생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알아 하던 삶의 습관이 나를 고립시키고 있었다.

 

밤에는 고통스러워 다음 날 눈 뜨지 않기를 바라고, 출근해서는 웃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니 나는 점점 고장이 나는 듯했다. 자주 무기력했고 작은 일에도 깊이 상처받았다. 나는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늦게라도 우연히 지와감 심리상담센터에 발길이 닿아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제는 고통 속에 나를 그냥 방치하지 않는다. 힘든 일로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예전처럼 깊이 빠지지 않는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주변 환경의 문제들로 오래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도와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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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와감심리상담센터의 상담칼럼 공모행사에 참여한 글입니다.

내담자  K 순 * 님의 동의를 구하여 게시하였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복제나 사용을 불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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